2020년 유동성 랠리와 실물경제

이다인 기자 / 기사승인 : 2020-08-13 09: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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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증권



유동성 랠리는 버블을 만드는 중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거나 경제 재개 기미가 보이거나 백신·치료제 개발 소식이 나올 때마다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동성은 ‘주도주’로 몰리는 특성을 보인다. 월가의 주도주는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가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언택트) 소비·업무 등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등의 2분기 실적은 월가의 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마존의 경우 2분기 매출액이 889억 달러(약 105조8000억원)를 기록하면서 1년 전보다 무려 40%나 증가했다. 페이스북 역시 186억9000만 달러(22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돈은 후각이 뛰어나다. 경제위기 때는 새로운 먹거리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돈이 지향하는 곳은 창조와 혁신이다. 대표적인 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애플’이다. ‘미국의 몰락, 중국의 부상’이 회자될 금융위기 당시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 아이패드를 통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며 미 경제의 기사회생을 이끌었다. 2008년 4분기 애플은 256억 달러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애플이 불황기에도 신제품을 과감하게 출시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꼽힌다.



금융위기가 탄생시킨 ‘스타’가 애플이라면 코로나 위기 속 강자는 ‘테슬라’다. 친환경 전기차 제조 및 청정에너지 회사인 테슬라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265%나 치솟았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60억4000만 달러(약 7조2300억원)로, 지난해 동기 4억800만 달러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장기 주가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당 2070~2500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테슬라 주가는 주당 1499달러(약 178만원)다. 전문가들은 “테슬라는 기술혁신과 함께 환경 보전, 우주 여행 같은 소비자들의 잠재적 기여·성취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에서는 전 연령대에서 주식·부동산 열풍이 부는 가운데 2030세대의 투자 열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젊은 층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돈 벌 기회는 지금 밖에 없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투자에 적극 뛰어든다. 디지털 수단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수많은 채널에서 정보를 획득해 투자 ‘열공’에 몰두하고 있다.



2030세대의 주식·부동산 투자 열풍에 증권사들도 이들을 귀빈 대접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진행하며 젊은 층인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처럼 젊은 층이 주식·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2030세대는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을 다시 오지 않을 ‘투자의 기회’로 보고 있다.



보고서 ‘밀레니얼 세대, 신(新) 투자인류의 출현’을 집필한 박영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택 구입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지면서 2030세대가 부동산 투자에 더욱 절실해진 것”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주택 구입을 1순위로 꼽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주식 투자 열풍에 대해서는 “초저금리로 예전처럼 저축으로만 자산을 축적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금융투자를 위험하게 생각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수익을 보겠다는 인식이 젊은 층에서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2. 금, 안전자산



온스당 4000달러까지 돌파?

최근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선 금값이 4000달러(약 475만원)까지 돌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올해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식과 채권은 ‘자산 거품’에 휩싸일 수도 있지만, 금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들의 ‘헤지(위험 회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금값이 올해 35% 뛰었음에도 여전히 가격이 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최근 금값은 온스당 2049달러까지 올랐다. 퍼머넌트 포트폴리오의 마이클 쿠기노의 펀드 매니저는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면서 "금이 4000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비합리한 움직임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펀드 리서치회사에서 19억달러(약 2조2560억원)의 뮤추얼 펀드를 관리하고 있다.



그는 "지난 30년간 금값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면, 2015년 말부터 2018년 11월까지 3분의 1 수준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면서 "그 이후로는 점차적으로 다시 올랐다가 내렸고 올해는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미국 경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달러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회복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금값이 장기적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기노는 "현재 연방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코로나 대유행에 대해 신속하고 엄청나게 반응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전혀 다르다"면서 "지금은 디플레이션이 있지만 원자재가 과잉인 상황에서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그 돈의 속도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치솟던 금값, 최대치 폭락

치솟던 금값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1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날보다 온스당 4.6%(93.4달러) 급락한 1946.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천달러를 돌파했으나, 5거래일 만에 2천달러 고지가 무너졌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미국이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어 달러 가치가 떨어지라는 전망도 금값을 끌어올렸다.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몇몇 전문가들은 금값의 갑작스러운 하락을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 오안다의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모야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금값이 돌연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에 대해 “러시아 백신 뉴스를 극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11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3차 임상 시험도 거치지 않은 러시아의 백신에 대해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두루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시장에는 일단 기대감이 더 크게 반영된 모양새다.



하지만,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등록시킨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백신 이름은 ‘스푸트니크 브이(V)’라고 지었다. 냉전 시대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쏘아올려 미국에 충격을 준 인공위성 이름에서 백신 이름을 따올 만큼, 세계 최초를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은 1차 임상 한달여 만에 최종 승인을 할 정도로 개발이 급하게 진행됐다. 백신 개발을 할 때는 보통 3차 임상시험까지 거치지만, 러시아는 3차 임상시험을 아직 끝내지 못했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대니 알트먼(면역학) 교수는 “안전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은 백신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의 현재 문제를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금값은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투자은행인 티디(TD) 시큐리티스의 상품 전략가인 대니얼 갈리도 장기적으로 금값 상승을 예상했다. 갈리는 <로이터>에 “궁극적으로 금값이 더 상승할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분간은 (금값) 하락폭이 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金·銀·비트코인…'국적 없는 자산'에 돈 몰린다



국가신용도와 관계가 없어 ‘무국적 통화’라고 불리는 금·은·비트코인 등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미국·중국 갈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코로나19로 유럽·일본 등 각국의 경제회복이 불확실해지면서 투자자들이 ‘국가 딱지’가 아예 없는 투자처를 찾는 것이다.



특정국가에서 발행하지 않아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9일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1만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 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며 이날 1만1,735.90달러로 1만2,000달러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무국적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달러화 약세와 맞물린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대한 투자자와 금융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경쟁 통화인 유로화와 엔화·파운드화 등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유럽·일본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경기상황이 나빠졌고 앞으로의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국적 통화의 매수를 머뭇거리고 있다. 특히 통화가치 상승은 이들 국가에 오히려 부정적인 뉴스일 수 있다는 시장의 인식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일본에서 통화가치가 오르면 수출경쟁력이 하락해 이미 타격을 입은 경제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가 딱지’가 없는 무국적 통화는 이런 위험성에서 벗어나 있다. 국가 통화의 매입이 주저되는 상황에서 무국적 통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금융 시장에서는 부쩍 힘을 얻고 있다. 금·은은 전통적으로 달러 헤지 수단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마이클 쿠기노 퍼머넌트포트폴리오 최고경영자(CEO)는 “조만간 금값이 4,000달러를 넘어선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국적 통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강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금·은 등에서 벗어난 새로운 투자처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건 투자전략가는 “주식 외 대체투자 대상 중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금을, 젊은 층은 비트코인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이나 일본과는 달리 코로나19 사태에서 먼저 벗어난 중국은 달러화 약세 기조 속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배경으로 위안화 세계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중국의 폐쇄적인 금융환경이 여전해 대체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아직은 많다.




3. 금리, 정책

​2022년 말까지 ‘제로(0) 금리 유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달러 바주카포’를 꺼내 들었다. 시장에 유동성이 마르고 기업과 개인이 파산하는 걸 막기 위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선 것이다. 아예 제로 금리의 시한까지 못 박았다. 일본·유럽 중앙은행도 전격적 금리 인하와 채권 등 각종 자산 매입 등으로 시장에 현금을 수혈했다. 이러한 조치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았고, 주가 지수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쇼크로 촉발된 ‘경제 혼수상태’에서 잠시나마 깨어난 셈이다.



그러나 넘쳐나는 돈이 실물 경제와 자산 가격의 괴리를 키우면서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유동성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쓰이기보다 주식과 부동산 등에 쏠리며 ‘자산 버블(거품)’ 현상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풀린 돈이 엉뚱한 곳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통화량을 늘려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방식은 정말 괜찮은 걸까.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걸 나타내는 지표로 ‘화폐(통화)유통속도’ 하락을 꼽는다. 안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제가 1만원을 기름 넣는 데 썼다고 합시다. 주유소는 그 돈을 기름 사오는 데 쓰거나 직원들 월급을 줘요. 이렇게 되면 1만원이 두 번 돈 겁니다. 그런데 이 돈이 부동산과 같은 자산 시장으로 가버리면 소비로 연결되지 않아요. 그건 금융 거래지 실물 거래가 아니잖아요.”



화폐유통속도는 돈이 상품·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몇 번이나 사용됐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호황기에는 속도가 증가하고 불황기에는 감소하는 경향을 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화폐유통속도는 꾸준히 하락 추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M2(시중 통화량)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9~2.0 수준을 오가던 화폐유통속도는 양적완화 이후 내림세를 거듭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올해 들어선 1.4에서 1.1로 급전직하했다.



국내 통화유통속도 역시 올 1분기 기준 0.64까지 떨어지며 한국은행 집계(2001년 12월 이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돈이 시장에서 돌지 않고 어딘가에 잠자고 있다는 뜻이다. 안 교수는 “실물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자산 시장으로만 돈이 쏠리며 나타난 현상”이라며 “부의 양극화가 커지면서 좋든 싫든 자산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가 경제 위기의 해법으로 본격 등장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다. 부실 대출이 쌓여 터진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해결책으로 미 연준은 화폐를 찍어내는 통화정책을 선택했다. 금융시장이 마비되고 각종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다시 원활하게 돌리는 방법은 통화량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경기 부양을 위해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겠다”는 발언으로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을 얻었다.



마구잡이로 돈을 뿌리는 정책은 놀랍게도 효과를 거뒀다. 급락했던 주가는 불과 1년여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미국 경제는 최강대국의 자리를 지켰다. 애플·아마존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성장하며 미 증시는 10년 넘게 장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반면 다른 길을 간 유럽 국가들의 형편은 달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12년 재정위기를 겪으며 양적완화 대신 ‘긴축’ 위주의 정책을 폈다. 빚으로 생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해결책은 결국 빚을 줄이는 것뿐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경기 회복은 더뎠고 침체는 장기화됐다. 끝내 저금리·저성장·저물가라는 일본식 불황에 빠지며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돈 풀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일본뿐 아니라 신흥국까지 양적완화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크로아티아, 폴란드 등 유럽 중산층 국가를 비롯해 콜롬비아, 칠레 등 중남미 국가도 사상 최초의 돈 풀기 실험에 나섰다”며 “양적완화는 이제 세계화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자산 시장과의 괴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물 경제는 맥을 못추는 데 주식과 부동산, 금과 같은 자산 가격은 무섭게 오르면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주립대 명예교수는 최근 미국 CNBC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증시에 광기가 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상승 랠리에서 나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FOMO·Fear of missing out)이 팽배해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단순한 해결책은 바로 ‘금리 인상’이다. 금리를 올리면 자산 시장에 과도하게 쏠린 자금의 물꼬를 자제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더 큰 충격에 빠져 경기가 갑작스러운 침체에 빠져드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화폐를 무한정 찍어내야 한다는 이른바 ‘현대통화이론(MMT)’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코로나 버블' 우려에도…韓銀 유동성 회수 어려운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푼 돈이 버블(Bubble·거품)만 키운다는 우려에도,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돈을 거둬들일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기업·가계가 조달한 '공짜 돈(Free Money)'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올린 경향이 있긴 하지만, 실물경제와의 괴리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투자자들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간파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거품인 것은 안다. 하지만, 당분간 거품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거품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 처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기 때문에 자산가격은 당분간 더 오른다는 얘기다.



11일 한국은행 주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은 집행간부 내에선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쪽으로 방향이 모아지고 있다. 자산가격 급등의 원인이 저금리라는 비난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거둬들일 때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관계자들 중엔 아직 자산시장을 거품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회복이 요원한 실물경제 때문이다.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돌아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더딘 고용률이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35만2000명 감소하며 넉 달째 줄었다. 대기업들이 예상보다 선방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엔 대규모 무급휴직 등이 있었다는 평가가 많고, 코로나19 초기 생계형 대출을 받은 사람도 많아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타격은 가계로 돌아갈 수 있다.

 

 

 

막대한 돈을 푼 효과가 이제야 산업활동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완화적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은이 이번주 중 발표할 6월 시중통화량(M2, 광의통화)은 5월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M2 증가폭이 전년동기대비 10%에 다다르면서 자산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꼽혔지만, 경제주체별로 보면 기업의 M2 증가율(16.0%)이 가계(7.1%)보다 훨씬 높다. 한 한은 관계자는 "최근 한 달 정도는 가계대출이 확 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후 풀린 돈은 기업지원에 쓰였다"며 "6월 산업생산·소비·투자 3대 지표가 일제히 오른 것을 봐도 기업으로 흘러간 돈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아직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완화적 통화정책에 무게를 싣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2022년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최근 기준금리(0.1%)를 동결했고, 호주중앙은행(RBA)도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기조 속에서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이 먼저 긴축정책을 펼치면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해외 기관들은 신흥국도 완화정책을 유지하되,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산업구조 개편에 힘쓰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SR)에서 "한국은 지속적인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을 하켜 투자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를 완화하면서 신성장동력과 서비스업으로 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며, 대신 사회안전망은 강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초저금리` 시대

한국 금융에 `숏머니 전성시대`가 도래한 가장 큰 이유는 제로금리가 본격화한 점이 꼽힌다. 제로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온 돈이 갈 길을 잃고 표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숏머니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주식을 비롯해 금 등 실물자산까지 틈만 나면 전광석화처럼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돈으로 자산가격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것이 `숏머니` 시대의 특징이다.



유럽은 우리보다 먼저 `숏머니 시대`를 경험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미 초저금리가 장기화한 유럽에선 은행 예금에 돈을 맡기고도 사실상 원금 손실을 보는 상황이 현실화했다. 독일의 대형 은행 도이체방크가 지난 3월 발표한 `독일 가계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의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독일 내 금융 자산 중 40%가 현금과 예금이었는데 실질적인 수익률이 -1.2%로 나타났다. 명목금리에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한 결과다. 보고서를 집필한 오르쿤 카야 연구원은 "과거 평균과 비교했을 때 독일인은 현금·예금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지난해 1년간 인당 150유로(약 21만원)씩 잃었다"고 분석했다.



은행에 예금을 맡길 유인이 없어지면 국민 저축률도 감소한다. 영국에서는 젊은층의 저축률이 급락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대(만 22~29세) 인구 중 절반이 넘는 53%의 저축액이 `0`이었다. 인구 중 47%만이 저축을 하는 셈인데, 이 중에서도 40%는 저축 잔액이 1000파운드(약 155만원)에 못 미쳤다. 유럽에서도 제로금리가 본격화하자 시중자금이 은행을 이탈해 `숏머니`로 바뀌는 현상이 한층 뚜렷해졌다.



ECB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유로존 국가에서 단기예금 잔액은 6조4400억유로(약 8960조원)로 장기예금 잔액 1조2700억유로보다 5배 이상 높았다. 2008년 말 각각 3조5000억유로, 1조8000억유로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예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들 유럽 국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자금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은이 집계하는 M2 광의통화량이 올해 들어서만 152조원 늘었다. 이 중 90%에 달하는 136조원이 단기 부동자금으로 떠돌고 있다.



은행의 예금도 상품별·만기별 잔액 증가 추이가 뚜렷하게 갈렸다. 11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은 601조815억원으로 지난해 말 531조7836억원보다 1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저축성예금 잔액 총합은 685조7160억원에서 667조1062억원으로 약 3% 감소했다. 은행예금이 저축 기능을 상실하면서 올해 정기예·적금 18조원이 증발하는 동안 수시입출식 단기 자금에는 70조원이 몰린 셈이다.



줄어든 정기예금 잔액을 약정 기간별로 세분화해서 봐도 자금 단기화 현상은 뚜렷하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6개월 미만 만기 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76조9024억원에서 지난 5월 86조4947억원으로 12%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만기 6개월 이상~1년 미만인 정기예금 잔액은 164조1492억원에서 164조3054억원으로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만기가 1년 이상인 상품 잔액은 지난해 말 501조5254억원에서 올해 5월 말 500조6572억원으로 0.17% 감소했다.



문제는 은행예금을 이탈해 단기화된 자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특정 자산으로 쏠려 경제 잠재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정부가 잇달아 부동산 투자를 막는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급증한 단기 유동성은 틈만 나면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릴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은 주식시장으로 일부 유입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 자금이 주식시장에 장기적으로 머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초저금리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등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 정부 정책으로 쉽게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글로벌 부동산 통계지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최근 2년간 국가별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15%에 불과한 반면 포르투갈이 22.5%, 네덜란드는 18.3%, 독일은 12.3% 등의 증가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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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실물경제


대규모 유동성과 취업자수, 서민들의 현실

 

 

대출·통화량 등 시중 유동성 관련 최근 집계와 고용·재정 통계가 잇따라 발표된다. 모두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 동향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들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정부 지출은 늘어나다 보니 1∼5월 중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7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정부 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은 매달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의 기타대출(잔액 242조원)이 3조1천억원이나 불어 역시 6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더욱 어려워진 데다 SK바이오팜[326030] 공모주 청약 자금 수요까지 겹친 영향이다.



은행권 기업 대출 잔액(6월 말 946조7천억원)도 5월 말보다 1조5천억원 늘었다. 7월 역시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는 가계와 기업들이 은행에서 많은 돈을 빌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13일에는 한은의 '6월 중 통화 및 유동성' 통계도 발표된다. 지난 5월 말 기준 광의 통화량(M2)은 3천53조9천억원으로, 4월보다 35조4천억원(1.2%) 늘었다. M2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MMF(머니마켓펀드)·2년 미만 정기 예적금·수익증권·CD(양도성예금증서)·RP(환매조건부채권)·2년 미만 금융채·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5월 증가액 35조4천억원은 198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 4월의 기록(34조원)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통계 이전 전체 통화량 수준이 지금과 비교해 매우 낮은 사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 5월 통화량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불어난 셈이다. 대출 증가 속도나 부동산·증시 과열 현상 등으로 미뤄, 통화량은 5월에 이어 6월에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수재(水災)까지 겹치면서 중국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경기 침체로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각종 재난으로 물가가 올라 경제 회복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저소득층 소득 지표인 가처분소득 중간값이 1분기에 줄어든 데 이어 2분기에도 평균값에 비해 느리게 회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위층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중간값이 평균값보다 작게 나온다. 많은 국가에서 임금이나 소득의 중간값을 각종 정책 목표의 기준으로 삼는다.



중국의 가처분소득 중간값은 분기당 약 7000위안(약 118만원) 정도다. 이 중간값이 올해 1분기(1~3월)에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평균값은 0.8% 증가했다. 2분기에는 평균값이 2.4% 오른 반면 중간값은 0.5%밖에 상승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는 중간값이 9%, 평균값이 8.9%를 나타내는 등 2018년부터 작년까지 2년 동안 중간값과 평균값 모두 분기별로 8~9%씩 상승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입이 지연되고, 중부 지방 홍수로 곡물 수확과 유통에 차질을 빋으면서 식재료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6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물가 상승세는 여름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식재료 가격 상승과 소득 증가 정체가 결합되면서 저소득층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이는 2021년부터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로 진입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목표 달성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가계 지출에서 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8%에서 올 1분기 34%로 급등했다. 2분기에도 32%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지갑을 닫으면 경제 회복력을 저하할 것으로 봤다. 최근까지 중국 경제는 생산 측면에선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소비 부문이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소시에떼제네랄 홍콩법인의 미셸 람 중국이코노미스트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식재료 인플레이션이 지난해부터 시작돼 올해 저소득층에 심각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저널 = 이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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