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값 전망 ] 2010년 역사적 추이 및 2020년 세계경제 전망

이다인 기자 / 기사승인 : 2020-07-17 10: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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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금 가격의 역사적 추이



​작년 4분기에 온스 당 1,000달러를 돌파한 금 가격이 금년 들어서도 계속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발 재정위기의 여파로 국제유가, 구리 등의 기타 상품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꺾인 데 반해 금 가격은 금년 2분기 평균으로 온스 당 1,197달러를 기록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금 가격의 상승세는 달러화의 약세를 반영한 측면도 있지만 금 가격은 달러화에 대해서 뿐 아니라 엔화, 유로화에 대해서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그림 1> 참조)

 

 

금년 1월에 뉴욕대학교의 루비니 교수는 금 가격은 버블 상태라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루비니 교수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나 은행 예금까지 불안해지는 공황이 발생하면 금 가격이 계속 상승하겠지만 이러한 리스크가 없는 가운데에서 금 가격 상승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하에서는 금 가격의 역사적 추이를 확인하여 최근의 금 가격 급등을 가져온 세계경제 환경과 금 가격 고공행진의 의미를 알아보도록 한다.



금 가격, 세계경제의 구조 반영



금은 각종 공업에서 활용되거나 장식품으로서 소비되는 등 원자재 상품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고 한편으로는 화폐로 사용되어 왔던 역사를 배경으로 금융 자산으로서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 리만브라더스 파산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동요되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실질적 가치를 가진 금이 달러, 유로 등의 국제통화에 비해 안정 자산으로서 선호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로에 대한 불신은 유럽 투자가들의 금으로의 회귀 현상을 가속시켰다.



원자재로서의 특성과 화폐성 투자자산으로서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금은 그때그때의 세계경제 구조를 반영하여 급등락을 거듭해 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 가격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주요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한 1930년대 초에 급상승하다가, 미국이 1934년에 1온스 당 35달러의 교환 비율을 설정한 이후 1968년까지는 달러화 대비로 금 가격이 고정되어 왔다. 그러나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달러화를 축적한 유럽 각국 정부가 금 교환을 잇달아 요구함에 따라 미국에서 금이 대량으로 유출되어 미국정부의 금 보유량은 1948년 2만 1,682톤, 전세계 정부 보유량의 71.8%에서 1968년에는 9,679톤, 전세계 정부의 26.7%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1968년 이후 ‘이중 금 가격제(정부 간 거래의 고정가격과 개인 간 거래의 변동가격제)’를 도입했다가 1971년에는 금·달러 교환제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달러화가 금과의 교환 의무가 없는 일반 지폐(불태환 지폐)로 전락하면서 1970년대에서 1980년 초까지 금 가격은 초강세를 보였다.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1971년 1월에서 1975년 2월까지의 달러화 급락기에는 금 가격이 374%나 급등했다. 1976년 8월에서 1980년 1월 사이에도 금 가격은 518%나 급등했다. 이때는 1, 2차 유가 파동과 함께 구소련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글로벌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 가격을 급등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1980년 1월 평균치인 온스당 677.97달러는 현재 물가 수준을 감안한 실질가격으로는 1,880달러(순간적인 사상최고 거래 가격은 850달러, 실질가격 2,367달러)가 되며, 사실상의 최고가격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금 가격은 급락세를 보여 1999년 7월에 256달러까지 하락했다. 1980년 1월의 최고가격과 비교하면 명목기준으로 62.2% 하락, 실질기준으로도 82.3%나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달러화의 가치는 엔화나 유럽 통화에 대해서 계속 하락세를 보인데도 불구하고 금 가격은 달러화에 대해서 하락 경향을 보였다. 냉전 종식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이 감소한 데다 1970년대와 달리 선진국의 성장세가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세계적으로 물가도 안정되면서 금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것이다. 금은 인플레이션에 강한 자산이지만 다른 금융자산과 달리 금리가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약화되면 그만큼 하락 압력이 커지는 것이다.



2000년대의 금 가격 상승은 상승의 기간이나 상승의 폭으로 볼 때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세계경제의 구조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세계경제 환경이 1980, 1990년대와 달라지면서 실수요나 투자 수요 측면에서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는 모양세다.





Ⅱ. 금 가격 고공행진의 배경





금에 대한 신흥국 소비 수요 확대



금에 대한 최근의 수급 환경을 볼 때 신흥국의 소비 수요 증가가 두드러진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고성장과 소득 상승이 금 소비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세계최대의 금 수요국이 된 인도의 경우 전통적으로 혼수용 금 수요가 많고 보석 가공 산업(주력 수출산업)의 비중도 크기 때문에 소득의 확대와 함께 금 소비가 급증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1인당 소득이 1천 달러 정도에 불과한 인도의 국민소득 수준을 고려할 경우 온스당 1천 달러를 넘는 고가격은 금 수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2010년 1분기에 인도의 장식품용 금 수요는 전년동월비로 291% 증가한 147.5톤을 기록했다. 이는 전세계 장식품용 금 소비의 31%에 해당한다. 전세계의 장식품용 금수요는 지난 1분기에 43% 증가했다.



금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2000년대 들어 선진국의 장식품용 금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세계 전체로 본 장식품용 금 소비 물량은 2000년의 3,204톤에서 2009년에는 1,759톤으로 감소해 왔다. 그러나 고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금을 소비하고 있는 개도국의 수요에 힘입어 금액 기준으로 본 장식품용 금에 대한 세계 수요는 2000년의 287.5억 달러에서 2008년 613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글로벌경제위기의 여파로 2009년에는 555억 달러로 감소했지만 2010년 1분기에는 연율 기준으로 다시 671.4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전통적으로 금을 선호하는 중국 등 아시아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 2009년에 위축된 금 소비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금에 대한 세계적 투자 수요의 구조적 변화



금에 대한 투자 수요도 각종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만성화되면서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그림 4>에 나타난 바와 같이 개인용 투자(코인 및 금괴 등의 Net Retail), 금 ETF(현물의 금을 기초로 한 상장투자신탁) 등의 투자용 금수요(선물 수요 제외)는 2002년만 해도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그 후 높은 증가세를 보여 왔다. 2000년대 들어서 신흥국의 공업화가 가속되고 공업용 금수요도 꾸준히 확대되는 가운데 투자가들은 금 가격이 다른 원자재 가격과 동반 상승할 것을 기대하고 금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리만쇼크 이후의 주가 급락, 각국 환율의 급등락, 유럽 발 재정 위기 등 세계경제가 침체와 회복을 거듭하는 가운데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때문에 세계 각국의 투자가들이 자산의 일부를 금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다른 원자재 가격과 함께 상승해 왔던 금 가격이 리만쇼크 이후에는 원유 등 다른 원자재에 비해서도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2002년에 등장한 금 ETF는 주식과 같이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데다 실물의 금에 뒷받침되어(일정 금액의 투자가는 금 교환 가능) 자산 가치가 소멸되지 않다는 점 때문에 금 투자의 저변을 확대시켰다. 다만, 금 ETF는 금년 1분기에 99%나 감소했다. 금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세계 각국 투자가들의 경우도 금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에 따라 금 투자 상품을 매각하는 움직임이 확산된 것이다. 작년 1분기에 금 투자가 급증했던 당시에는 금 가격이 온스당 907.8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투자가들은 온스당 1,200달러를 넘는 금 가격에는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또한 지난 1분기에는 세계 경제의 회복이 확실해지고 유럽발 재정위기도 심화되기 이전이어서 투자가들의 금 선호 경향도 당시 다소 약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가격 수준에 따라 투자용 금 수요는 단기적으로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금 관련 투자 상품(금광 관련 주식 ETF, 순금 적립 예금, 금 가격 연동형 투자신탁 등)이 다양해지면서 투자가들의 관심도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각국 정부의 외환보유 자산용 금 수요의 회복



각국 정부의 금 수요도 변화하고 있다. 1990년대의 금 가격 하락세에 고전했던 유럽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 14개국 정부가 지난 1999년에 금 매각 규모를 제한하는 협정을 체결한 이후 금 매각 규모가 줄어들었다가 2009년 2분기 이후에는 매각이 거의 멈추고 있다. EU 가입국 정부가 지난 2005~2008년 사이에 연평균 370톤을 넘는 금을 꾸준히 매각해 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들이 금 매각을 멈춘 것은 국제금시장의 수급에 적지 않는 영향을 주었다. 8,133.5톤을 넘는 세계 최대의 금을 외환자산으로서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나 761톤인 일본의 경우 최근에는 금 보유량에 큰 변화가 없지만 BRICs의 경우 2008~2009년 사이에 700톤을 넘게 금 보유량을 늘렸다. 개도국의 경우 2000년대 들어서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미국 재무성 증권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리만쇼크 이후 유로 자산으로의 분산 움직임을 보였지만 유럽의 금융 및 재정불안이 겹쳐 이들은 금 등으로 자산을 다양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 정부 및 IMF 등의 국제기관을 포함한 외환보유용 금은 2007년의 2만 9,873톤에서 2010년 6월에는 3만 462.8톤으로 확대했으며, 외환보유고 중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전세계 정부 기준, IMF 등 제외)도 2009년 3분기의 9.4%에서 2010년 6월에는 10.7%로 높아졌다. BRICs를 비롯한 각국 정부의 경우도 급등한 금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급락 리스크를 고려하면서 최근에는 금 매입세가 둔화되고는 있다. 그러나 BRICs의 경우 국제정치 파워를 가진 강대국을 지향하면서 국부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측면도 있고 외환보유고 중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구미 선진국에 비해 낮아서(중국은 1.6%, 미국은 72.8%, 프랑스 65.6%) 매입 시기를 탐색하면서 금 보유량을 늘리겠다는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피크를 지난 금 생산량



금에 대한 실수요, 투자수요, 정부수요가 구조적인 확대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한편 금의 공급 측면을 보면 생산량 증가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에는 금 가격의 급등세에 힘입어서 광산회사들이 생산 확대에 주력하면서 세계 금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7% 증가한 2,572톤을 기록했으나 이는 2001년도의 2,646톤을 능가하지 못했다. 영국의 귀금속 조사회사인 GFMS은 지난 4월에 발표한 조사보고(Gold Survey 2010)에서 2010년에도 생산량이 늘어나겠지만 2001년 생산량을 능가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년 1분기의 생산량은 작년 4분기에 비해 9.2% 감소했다.

 

 

금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금 생산량이 부진한 것은 저 코스트의 금 매장량이 감소하면서 금 채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2007년에 금생산량이 중국에 추월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산의 경우 오랜 채굴로 인해 유망한 광맥이 고갈되고 채굴 현장까지 수천 미터나 내려가야 하고 인부가 가는 데만 2시간 정도 소요되기도 한다. 유망한 금 광구의 고갈로 인해 금 생산 코스트도 높아지고 있다. GFMS에 따르면 2009년에는 세계의 금 생산 코스트는 전년도에 비해 6% 상승한 온스당 617달러(2000년의 온스당 240달러에서 2.6배 상승)에 달하며,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721달러, 호주 710달러로 높은 수준에 달하고 있다.



세계 전체로 금의 가채 매장량은 5만 톤 정도에 불과해 현재 생산량 수준을 고려할 경우 가채연수(현재의 생산량으로 생산이 가능한 연수)는 20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향후 금 생산량은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다(<그림 7> 참조). 이러한 생산 감소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채굴 환경을 가지고 품위가 떨어지는 광산을 개발할 필요성이 높아지며, 이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과 장비 때문에 생산 코스트의 지속적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금 생산을 위한 금광 투자는 금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리사이클의 활성화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리사이클을 통한 금 공급량이 2008년 이후 금 생산의 50%를 넘고 있다. 금의 경우 원유와 같이 사용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 가격의 상승과 함께 리사이클에 의한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Ⅲ. 세계경제와 금 가격





향후 금 가격에 영향을 주는 4가지 변수



현재의 높은 금 가격은 실수요나 정부수요 측면에서도 부담이 되는 높은 수준이지만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금시장에서의 수급 환경을 보면,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이 상승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각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대체적으로 금 가격이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P Morgan의 경우 지난 7월 14일 전망에서 금년 4분기의 금 가격을 기존의 온스당 1,200달러에서 1,275달러로 상향 수정했으며, 2011년 4분기 전망치도 1,170달러에서 1,250달러로 상향수정했다.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2011년 2분기에 1,26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BOA-메릴린치의 경우도 2010년 평균 가격을 1,200달러, 2011년을 1,350달러로 상향수정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년간에 금 가격이 1,355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은 원자재로서의 측면, 금융자산으로서의 측면 등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금 가격에는 복잡한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현재 세계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인 선진국의 금리정책의 방향이 금시장에도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금에는 이자가 없기 때문에 금리 상승은 금 가격을 하락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그림 9>와 같이 미국의 정책금리 상승 시기에는 금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왔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FRB는 2008년 12월 16일에 정책금리를 0~0.25%로 유도하는 제로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당초 금년 중에는 한번 정도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유럽 발 재정위기와 함께 최근 주택수요 등의 일부 미국경기 지표가 악화되는 등 경기회복세의 둔화도 감지되고 있어서 금리 인상 시기가 내년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리만쇼크 이후의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회복하는 단계에 있으며, 이 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장기불황이나 대공황과 같이 자산버블 붕괴에 따라 침체된 경제가 회복되는 데에는 장시간이 소요되며, 일본의 경우도 장기불황 과정에서 세번의 경기순환을 겪어야만 했다. 일본이나 대공황기의 미국의 경우 이러한 장기불황기에 나타난 일시적 경기회복 과정에서 금리를 잘못 인상하여 경제가 다시 위축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 미국, 유럽경제도 글로벌경제위기의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 두번 이상의 경기순환기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다가 다시 하락할 것인지, 혹은 계속 낮은 수준에서 금리가 유지될 것인지에 따라 금 가격도 급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건실한 회복세 지속 여부이다. 선진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BRICs를 비롯한 신흥국 경제의 고성장으로 세계경제가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유지할 것인지가 금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4조위안의 대규모 재정확대정책을 실시한 중국 등 신흥국이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요 둔화 효과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가 초점이 될 것이다. 신흥국이 적절한 출구 전략에 실패하여 성장세가 둔화되면 금 가격의 하락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선진국의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계속 줄이면서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 이러한 국제자금의 유입 등에 따라서 신흥국에서 자산버블을 수반한 과열경기가 형성될 경우 금 가격은 일시적으로 급등할 것이다. 일본 장기불황 과정에서는 제로 금리 정책으로 인해 엔화를 해외로 투자 및 융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어 미국, 유럽 등의 부동산 버블에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도 0%대 금리를 지속하고, 유로권도 1% 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엔 캐리에다 달러 캐리, 유로 캐리가 가세함으로써 신흥국의 자산 버블과 함께 금시장도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발생 가능성이다. 금 가격은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조되면 금 가격이 당연히 급등하게 될 것이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의 금 가격 급등기는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되었던 때였다. 이때에는 미국 정책 금리가 두 자리 수로 상승했지만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질금리가 낮아져 금에 대한 투자가 과열되었다. 최근의 금 가격 급등에는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면서 한편으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투자가들의 동요된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미·일의 선진국이 다 0% 내지 1%대의 정책금리를 수년 동안 유지하는 전대미문의 세계경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10년도 연차보고서에서 선진 각국의 초저금리 장기화가 글로벌 유동성을 왜곡하고 새로운 위기를 잉태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였다. 선진국에서는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 대출이 부진을 보여 총통화의 증가세는 억제되고 있지만, 선진국의 저금리가 신흥국의 과열경기를 유도하여 이들 국가의 물가상승, 통화가치 상승, 세계적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중국 등 신흥국에 생필품의 공급을 의존하고 있는 선진국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네 번째로 국제통화에 대한 불신감이다. 각국의 투자가뿐만 아니라 BRICs를 비롯한 각국 정부도 달러·유로화 등 국제통화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각국 투자가나 중앙정부로서는 금리도 발생하지 않는 금을 금고에 축적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지만 국제통화시스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불식될 때까지는 이러한 금 선호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저성장에다 인구고령화로 고전하고 있는 일본의 엔화가 금과 함께 선호되고 있는 것은 이상한 현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일본이 서브프라임 위기의 피해가 적었고 세계 최대의 순 채권국으로서의 안정감이 평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확대 정책에 힘입어서 위기적 극면에서는 벗어났지만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대출이 여전히 부진하고 경제활동 수준도 정체되고 있어서 다음에 찾아올 경기후퇴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 장기불황의 경우 은행 대출 부진과 함께 지속적인 물가 하락이라는 디플레이션 현상 때문에 당초 버블 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부동산 산업 이외의 산업으로 금융부실이 확산되는 패턴을 보였는데, 구미 각국이 이러한 금융부실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인지 초점이 될 것이다. 선진국 정부의 재정 여력이 약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세계경제와 금 가격 시나리오



금시장에 대한 구조적 변화 요인과 세계 경제의 변수를 고려할 경우 향후 금시장을 예측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각 변수들을 고려해서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및 주요 개도국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면서 경기회복세를 장기화시키고 점진적으로 정책금리가 정상화되는 경우이다. 각국이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은행의 대출확대 속에서도 과도한 투기자금 등의 과잉유동성의 팽창을 막고 국제금융시장의 왜곡 현상도 점차 시정된다. 신흥국 경제는 건전한 성장세를 유지한다. 다음에 있을 경기조정기에는 재정 및 금융 측면에서 일정한 규모의 추가대책을 실시할 여유도 확보하여 조기에 회복세를 나타내 서브프라임 쇼크의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게 된다. 이 경우 달러, 유로 등 선진국 통화에 대한 신뢰성도 회복되기 때문에 금에 대한 투자 수요는 둔화될 것이다. 다만,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서 실수요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금 가격은 장기적으로 온스당 90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각국의 정책금리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점차 신흥국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선진국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케이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과잉유동성의 누적으로 인해 금, 신흥국 자산 등에 대한 버블이 심화되고 금 가격은 1980년에 기록한 사상최고치의 실질가격 수준인 온스당 2,000달러를 도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짐 로저스는 2020년까지 금 가격이 온스당 2,000달러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2,000달러는 특수한 경제환경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선진국이나 개도국 등에서 조기금리 인상, 재정긴축 등의 출구전략이 성급하게 추진됨으로써 세계경제가 조기에 후퇴하고 금융부실 문제가 확산되는 케이스이다. 이 경우 부동산 등의 자산 시장이 추락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다시 누적되고 점차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다. 선진국 통화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하면서 금 가격은 온스당 1,5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



IMF 등 국제기관들은 최신 세계경제 전망에서 2010, 2011년에 세계경제가 4%를 넘는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의 3가지 중 첫번째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를 가능케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검은 백조(예상하지 못한 사건을 비유)가 자주 등장한 바와 같이’ 세계경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상태에 직면했던 것을 되돌아 보면 미래의 잠재적인 불확실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금 가격 급등하의 세계경제 구도의 의미



세계 경제의 각종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 가격이 일단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를 시사하고 있는 것일까? 금 가격 상승세는 국제통화를 비롯한 기존의 세계경제시스템이 불안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 시스템이 불안정한 가운데 소국에 불과한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같이 작은 충격에도 세계경제가 크게 동요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이러한 크고 작은 충격이 앞으로도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안정자산인 금이 선호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높아지는 경제적 비중 및 위상을 세계경제 시스템 속에서 조화롭게 안착시키는 노력이 중요한 시점이며, 중국 등 신흥국의 금융센터가 국제적 역할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금 가격의 급등은 글로벌한 유동성 관리의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후유증을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버블 등의 위기를 잉태할 우려도 있는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글로벌 과잉유동성의 일부가 금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 다른 자산 버블보다 부작용이 작을 수 있다. 자본주의 역사상 각종 버블은 그때마다 경제적인 후유증이 심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실질적 가치가 있고 유동성도 있는 금에 대한 버블이 크게 문제가 되었던 일은 드물었다. 금융기관의 상품 투기를 적절히 억제하면서 관리하기 어려운 글로벌 유동성의 저수지로서 금이 계속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이 매우 낮다. 세계적으로 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일정한 수준의 안전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낭비라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중장기적인 국제금융 시스템의 혁신 과정에서 금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낮지만 금을 일정하게 활용하는 형태의 국제통화질서 재편방안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한다. 국제통화 및 세계경제 시스템의 어떤 변화에도 가치가 소멸되지 않는 금을 일정하게 보유하는 것은 국가적인 위기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저널 = 이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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