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회사에서 경제학자 채용? 일본기업의 다양한 인재등용

정우현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7 11:21:52
  • -
  • +
  • 인쇄
- 경제학, 증권, 디자인 등 일본 기업에서 주목하기 시작한 '다양성'

- 일본 취업을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 다양한 기업에 도전해야

2020년 1월 닛케이신문에 ‘경제학자, 최신 이론을 통해 기업 비즈니스에 기여’라는 기사가 보도되는 등 최근 기업에서 경제학자와 협업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학자는 경제학 및 수학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에 조언을 하고 기업은 이를 판매 사이트의 운영 등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미국 예일 대학의 나리타 유스케 교수는 의류 판매 사이트 ‘조조 타운’의 연구개발팀과 공동 연구를 시작, 경제 이론을 활용한 의류 검색 및 추천 기능을 향상시켜 각 고객의 취향에 맞는 옷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상품에 연결시킬 수 있는 

ZOZO TOWN 포털 사이트

또한 게이오대학의 사카이 도요타카 교수는 부동산 #경매 ‘듀딜리&딜(Due diligence & Deals co.)'의 수석 경제학자를 역임, 경매 이론을 활용해 #부동산 매매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부동산 상품은 특성상 상품이 하나뿐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거래 데이터를 활용하기는 어렵다. '듀딜리&딜' 사 담당자는 '역시 부동산 매매를 많이 다뤄왔으나 결과적으로는 오랫동안 경험과 감에 의존해왔다고 말하며, ‘학문의 힘을 통해 매매의 선택지를 넓히고 싶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Google 및 Amazon, Microsoft, Uber 등 미국의 우량기업에서는 적극적으로 경제학자(tech economist 또는 digital economist라고 불림)의 연구 결과를 비즈니스에 도입하고 있어 향후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매이론을 활용해 부동산 매매를 촉진하는 듀딜리&딜 포털 사이트
자료: 듀딜리&딜

‘경제학은 쓸모 없는 학문’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학자가 기업의 중요한 역할로 주목받기 시작해 기업 내에서 인적 자원의 다양성이 요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코로나’가 사회를 뒤흔들고 있지만 점차 코로나 종식 후의 ‘포스트 코로나’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으며, 사회 구조가 급격히 변화해 기존의 가치관을 뒤집는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혼란의 시대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한 쪽으로 치우친 인재로 구성된 스테레오 타입의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인재가 활약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요구되는 인력은 경제학자 외에도 다양하다.





증권분석가가 필요한 이유, 기업체의 정반대를 이루는 ‘투자자’에 대한 지식을 위해





‘증권분석가’는 경제·금융 전문가라는 점에서 경제학자와 공통점이 있다. 증권분석가는 3/4이 금융기관에 근무하며 금융시장의 조사·분석을 담당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기업체로 이전해 근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주요 위치에 증권 분석가를 영입한 사례로 파나소닉(메릴린치니혼증권 전기부문 분석가 영입), 도요타(미즈호증권 자동차 분야 애널리스트 영입), 카시오(UBS 전기산업 분야 애널리스트 영입) 등이 있다. 이와 같이 기업체가 증권 분석가를 영입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는 ‘투자자’의 지식(경험, 인맥, M&A, IR 등)을 필요로 한다. 주로 투자를 받는 쪽에 속하는 기업체의 정반대의 입장에 있던 인재를 채용하는 다양성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영학자는 알고 있었던 일본 기업의 약점: 경영자의 디자인적 사고 부족



경영, 증권분석가 등과 함께 ‘디자이너’ 또한 최근 주요 영입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우 현실적인 #경영자 그리고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는 디자이너의 조합은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디자인이 가진 창조적 사고력을 접목한 경영 방식인 '디자인 경영'이 #브랜드 구축과 #혁신 창출로 이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 우수 기업들이 경영 전략에 디자인을 접목하고 있으나 일본 기업은 디자인을 효과적인 경영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약점이 된다는 지적으로 이어져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히트 광고 작업을 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오오누키 타쿠야 씨는 소프트 뱅크가 휴대폰 사업을 인수했을 때 외부에서 고문으로 초빙됐다. 초빙 이후 회사의 C.I. 로고를 담당하는 등 경영의 기초 관련 부분에서 손 사장의 엄청난 신뢰를 얻고 있다. 또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 리테일링(이하, FR사)에 대해서 주로 창업자인 야나이 타다시 사장의 경영 능력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야나이 사장은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제이 씨와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사토 카시와 씨를 선임해 창작 부문의 상당 부분에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들이 손 사장과 야나이 사장과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본질적 가치를 파악하고 비즈니스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형태와 디자인으로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들의 능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V커머셜 및 광고, 로고 등은 시간·금전 등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내용을 전달하는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파악해 표면적인 PR보다는 인상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와 디자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과정을 자신의 업무에서도 반복하고 있으며, 그들에게는 습관의 수준을 넘어 반사 작용과 같다. 일상적인 업무와 과제에 쫓겨 비즈니스의의 핵심 가치를 소홀히 하기 쉬운 경영자의 시각에서 ‘우리 회사의 본질적 가치는 무엇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일깨워주는 디자인 능력은 납득과 동시에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한 디자이너로서보다 경영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며 경영자가 디자이너를 선임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디자이너의 능력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

MBA는 오래전의 것, MFA가 비즈니스 현장에 가져다 주는 새로운 관점은 무엇인가?



또한 최근 서유럽 경영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취득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하는 #MFA (Master of Fine Art/미술학 석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디자인경영 도입 기업의 증가가 MFA 인력 수요로 이어지는 것이다.



MBA에서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정답'을 이끌어내는 논리적인 사고와 전략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현대는 VUCA 시대(Volatility: 변동성, Uncertainty: 불확실성, Complexity: 복잡성, Ambiguity: 모호함의 약어)로 불리며, 비즈니스 현장의 문제도 복잡해지고 있어 MBA 기반의 논리적 사고에서 도출된 '정답'만으로는 기업경영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디자인 등의 '감성적 사고'를 배울 수 있는 MFA가 인기를 얻고 있다. 향후 MFA 출신이 늘어나면서 디자인 경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시사점: 일본기업의 인재의 다양화, 다양한 관점에서 자신에게 맞는 기업을 찾아야



알아본 바와 같이 일본의 주요 기업은 다양한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한 인재를 영입 중에 있으며, 이는 비단 경영층에의 인재 다양화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신입사원부터 경력직의 전 사원에 이르기까지 "다이버시티 경영"을 통해 인재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 확대되고 있다. 일본 정부 또한 인재 다양화를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를 촉진하기 위해 2012년부터 "다이버시티 경영기업 100개기업"을 매년 선정하는 등 인재 다양화를 유도하고 있다.





2019년도 ‘신 다이버시티 경영 기업 100선’에 선정된 #히타치조선 (日立造船株式会社)





일본의 대기업 히타치의 자회사로 주요 사업영역은 폐기물 소각발전시설, 해수담수화 플랜트, 정밀기기 등을 설계, 제조하는 기업이다. 관련 분야는 남성이 활약한다는 이미지가 일반적으로 여성직원의 활약이 어려운 분야로 손꼽히나 기업의 적극적인 다이버시티 경영 도입을 통해 여성활약우수기업, 자녀지원기업 등으로 선정되는 등 인재 다양화에 힘쓰고 있다.



(도입 계기)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우선 직원들이 회사, 일에 만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경영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2015년 ‘다이버시티 추진실’을 발족, 다양한 인재가 활약할 수 있는 업무환경 및 제도 개선을 목표

(여성 경력유지) 여성이 일하기 편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육아휴직 확대 △단축근무제도 도입 △퇴직 후 10년 내 복귀 지원 등을 추진

(글로벌 인재확보) #외국인 채용을 전체 목표의 30%로 설정하고 외국국적 사원교류회, 커리어 형성 지원세미나, 면담 등 외국인재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정비 추진

(도입 성과) #여성 신입채용 10년간 8.6배 확대(2008년 3명→2018년 26명), 여성 관리직 23배 확대(2008년 1명→2018년 23명). 외국 국적 직원은 99명, 외국인을 이사 선정 등



이러한 사례와 같이 일본에서는 타 선진국에 비해 조금 늦었지만 인재 다양화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이 이러한 다이버시티 경영을 추진하는 목적은 다양한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보고 이를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화에서 성장해온 한국 인재는 이러한 일본 기업의 니즈에 부합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일본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는 기존 자신의 전공분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업계·기업분석을 통해 취업활동의 저변을 넓혀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본인의 전공과 맞지 않는 분야에 취업하고자 할 때 한국의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비자문제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내에서 알려져 있는 '전공과 직무의 연관성'을 문제로 비자가 발급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존재하나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전문대 이하의 학력을 가진 졸업자로 4년제 문·이과를 졸업한 경우에는 관련성에 대한 판단기준이 엄격하지 않다. 또한 "기술, 인문지식, 국제업무"비자의 기준성령 2호를 통해 외국의 문화, 감수성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업무의 비자 요건을 규정하고 있어 광고·선전·상품개발 등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진출이 가능하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양국 간의 출입국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향후 양국의 하늘길이 다시 열린 이후, 다양한 한국 인재의 일본 취업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데이터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